///
Search
9️⃣

Humans of CBA 여름학기 특별편 3 (김종호 교수님)

휴시바 여름방학 특별편 김종호 교수님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1. 저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회계학 전공의 김종호 교수입니다. 서울대에 온 것은 2023년 3월이고 교수 생활을 한 것은 2020년 9월부터로 약 5년 정도 됐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저를 강의에서 가장 많이 보았을 것이고, 연구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Q2.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2. 제가 원래는 2008년쯤에 입사를 해서 한 1~2년 삼일회계법인에 있었어요. 회계사 시험이 지금만큼 인기가 좋지는 않았지만, 자격증을 따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취득 후 회계법인에 입사했어요. 회계사 시험을 칠 때까지는 회계만 잘하면 회계사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처음엔 맞지만, 나중에는 회계뿐 아니라 영업도 잘해야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고연차로 갈수록 이곳이 제 적성과 맞는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 제가 담당하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IFRS 전환 용역이었어요. 클라이언트가 국제 회계 기준을 처음 도입할 때, 몇 가지 회계처리에 대해 법인에서 조사를 해서 알려달라고 요청하면 저희가 관련 자료가 가장 많았던 유럽, 특히 PwC 런던 오피스에서 클라이언트 경쟁사들의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여 보고서를 작성했어요. 그때 조사한 산업들이 굉장히 복잡했는데, 답이 명확하지 않은 것을 여러 경로로 탐색하는 과정이 연구와 결이 비슷했어요. 그때 이런 프로젝트가 저랑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중급회계1을 정운오 교수님께 들었는데, 이후에도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학원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미국에 유학을 가서 석사를 준비했고, 그때 보스턴 PwC 회계 법인에서도 일을 병행하면서 오랫동안 진로 탐색의 기간을 가졌어요. 그렇게 약 6년 동안 탐색을 하니 대학원이 조금 더 적성에 맞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Q3. 교수라는 직업은 연구도 해야 하고 가르치는 일도 해야 하는데, 교수님은 둘 중 어느 일이 조금 더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A3. 저는 연구도 잘하고 강의도 잘해요. (웃음) 근데 이 업계에서 제가 얼마나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한국에 와서 깨달은 것은 강의가 적성에 더 잘 맞는다는 것 같아요. 연구도 제가 잘 하지만 전체 학계로 보면 제가 그렇게까지 엄청 뛰어난 사람은 아니에요. 성과가 부족하다는 겸손한 말은 아니고, 실제로 연구 쪽으로 훨씬 재능이 번뜩이는 친구들이 있어요 근데 강의는 학교에서 요구하지 않고 보상을 많이 못 받더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국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한국에 오고 나서는 수업은 영어로 하지만 평소 교류는 모국어로 하고 학생들도 제 직접적인 후배라서 그런지 교류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제가 학생들하고 수업에서도 자주 얘기하는 편이고 수업 밖에서 같이 식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게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아니거든요. 연구도 재미있게 하지만 아직은 저에게 요구되는 선을 넘어서 뭔가를 더 하고 싶다는 열망이 솟아오르는 느낌은 아니에요. 물론 제 요구 조건이 아주 높아서 그렇긴 하지만요. 그런데 강의는 요구 수준을 넘어서 해도 재미가 있어서 요즘은 강의가 좀 더 적성에 맞다고 느껴요.
Q4. 진로 탐색 기간 동안 경험한 실무 등이 연구나 강의에 도움을 주었는지 궁금해요.
A4. 이건 아마 전공별로 조금씩 다를 것 같아요. 경영대 전공에서도 다 다르고 경영대 밖의 경제학 등에서도 다른데 회계 쪽에 국한해서 설명하면 실무 경험이 강의에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미국에 가서 박사를 하는 사람들을 두루 살펴보면 의외로 회계 쪽에 실무 경험이 아예 없이 온 사람이 꽤 많아요. 왜냐하면 박사 연구할 때 필요한 핵심적인 스킬이 회계는 아니거든요. 회계는 그냥 두루뭉술하게만 알고 연구 방법론을 잘 아는 게 더 중요해요. 그러다 보니 학부에서 번뜩이는 학생들이 중급회계 같은 수업도 안 들으신 채로 박사에 들어오신 경우가 꽤 있어요. 근데 회계 교수가 됐는데 중급회계도 모른다면 첫해에 정말 힘들어요. 또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동기부여와 실제 사례를 되게 중시해요. 그때 실무에서 일해본 경험들이 학생들의 니즈를 충족해 주는 데 큰 도움을 줘요.
연구의 경우는 연구를 어느 방향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실무 경험이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보 경제학 이론에 기반한 연구를 많이 하는데 실무를 직접 경험으로 알지 않아도 정보 경제학 이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구할 수가 있어요. 근데 회계 기준이나 실제 규제의 영향을 보는 연구에서는 실무가 도움이 되죠. 국제 회계 기준이 바뀌었을 때 변화의 영향을 보고 싶은데 세부 내용 하나하나가 수백 쪽이라 실무 경험 없이 책으로만 연구할 거리를 찾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연구에서 엄청나게 도움을 받는 건 아닐 수 있지만 또 도움을 안 받는 건 아니에요. 근데 강의에는 진짜 도움이 많이 돼요.
Q5. 경영대 교수로 근무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5. 가장 머릿속에 인상 깊게 박혀 있는 장면은 231호에서 처음 회계원리를 강의하려고 강의실에 섰을 때예요. 제가 졸업하기 전에 그곳에서 수업도 들었었는데 교수가 되어 반대 방향에 서서 강의하는 것이 특별했어요.
또 서울대에 돌아오니 패기반 반학회인 상상력이 궁금한 거예요. 상상력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교류가 끊어졌는데 제 첫 수업은 하필 수강생이 거의 다 타과생이어서 물어볼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학생회실에 찾아가 상상력을 아는 학생이 있는지 물었던 기억도 있어요. 그 이후에 상상력 회장과 같이 밥도 먹었는데 그런 옛날 흔적을 찾는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Q6.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6. 회계사 시험 합격 이후 정운오 교수님과 말씀을 나눈 것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시험을 붙고 인사를 드리러 가서 교수님 수업 덕분에 잘됐다고 하니까 “수고했다. 할 말 더 있냐”라고 하시는 거예요. 인사드리러 간 것뿐인데 뜻밖의 반응에 당황해서 고민하다가 대학원 질문을 급조했어요. 그분께서 정말 학자 스타일이셔서 대학원 질문을 하니까 대학원 갈 때 필요한 것들과 연구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때는 통계학이나 수학이 필수가 아니었는데 들으라고도 해주셨고요.
또 저희가 상상력에서 사회적 이슈나 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했었어요. 평소에는 술만 마시던 친구들이 활동할 때는 서울대생처럼 보였던 경험들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7. 경영학과 교수님으로서 생각하시기에 경영학은 어떤 학문이고, 우리 경영대생들이 이런 경험을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A7. 경영학이라는 게 참 정의하기 어려운 학문이에요. 학부생들도 아마 그렇게 느끼겠지만 대학원에 와 보면 학문이 굉장히 분절돼 있어요. 그러니까 저는 회계만 하는 사람이지 경영을 하는 사람이 아닌 거죠. 그러다 보니 회계 쪽을 하는 데 필요한 마인드와 예를 들어 마케팅이나 전략 쪽을 하는 데 필요한 마인드가 아예 달라요. 그럼에도 정리를 해보자면 결국 경영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경제학도 동일한 주제를 다루지만, 경제학은 기업을 너무 추상적으로 다뤄요. 경제학은 기업 자체를 어떤 단일한 실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더 있는데 기업은 사람의 집단이거든요. 경영학이란 사람이 뭉쳐서 만들어진 기업을 프레임워크에 넣어서 그 제약 아래서도 사회적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적 자원 배분의 효율화를 사회에 나가서 달성하기 위해 경영학을 배운다고 생각하면 의미 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Q8. 경영학에 본질적인 접근을 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들으면 좋을 수업이나 개인적으로 할 공부가 있을까요?
A8. 공부의 측면에서는 경제학이 근본이에요. 물론 우리도 ‘경영을 위한 경제학’이 있지만 한 학기만 공부해서는 경제학을 체화하기는 어려워요. 경제학은 사람마다의 목적함수와 제약을 사고 과정에서 강제하기 때문에 경제학을 배우면 이런 사고를 내재화하는 데 도움이 돼요.
공부 외에는 팀플이나 학회 활동을 해보면서 여러 사람이 뭉쳐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할 때 어떤 균열이 생기는지를 경험해 보는 것도 귀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아까 말한 단일할 실체로서의 기업은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집합인데, 그 집합에서 생길 수 있는 파열음들을 어떻게 억누를지가 경영학이 경제학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지점 중 하나거든요. 이건 본인이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어요.
Q9. 회계학 교수님으로서 경영대생들이 회계학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A9. 회계원리 수업이 여러 개가 있기 때문에 수업마다 조금씩 성향이 달라요. 회계 수업을 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실제 재무제표를 읽는 데 중점을 두는 수업이 있고, 재무제표를 만드는 과정을 강조하는 수업이 있어요.
어느 게 맞다 틀리다는 없어요. 근데 재무제표 만드는 수업을 들었다고 해도 그것을 역으로 어떻게 쓸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고 그 수업에서 요구하지 않더라도 연습해 보는 것이 좋아요. 왜냐하면 투자할 사람뿐만 아니라 나중에 어떤 진로를 가든 우리 회사나 경쟁사의 정보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Q10. 경영대 특성상 진로가 다양한 것 같습니다. 학생으로서는 이 진로들을 알기가 쉽지 않고 결정하기도 어려운 것 같은데 진로 선택을 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10. 제가 이제 졸업한 지 10년 조금 넘었으니까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고 졸업해서도 어떤 경로를 거쳤는가도 대부분 알잖아요. 제 생각에는 결국 본인의 장기적인 진로는 30살까지만 찾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학부생이 얻을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저도 회계법인에서 일을 할 때 원래는 겨울방학이 제일 사람이 많이 필요한 때라서 그때만 가서 일을 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겨울방학 때 일이 재미가 있어서 그 뒤에 한 학기를 휴학하고 계속 일을 했어요. 감사 시즌이 끝나고 어떤 문제들이 생기는지를 겨울방학 이후에 본 거예요.
막상 직장에 가보면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게 되게 많아요. 그래서 첫 직장을 처음부터 잘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언제든지 직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주위를 보면 실제로 그런 사례도 많고요.
Q11. 서울대 경영대 선배님으로서 후배 경영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11. 제가 학생들한테 많이 얘기해 주는 것은, 서울대 학생들은 보통 굉장히 철저하다는 점이에요.
철저하다는 게 무슨 말이냐면 안전지향적이라는 뜻이에요. 즉 특정 일에 드는 평균적인 노력의 양보다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서 훨씬 더 많은 노력량을 투입해요. 근데 그러다 보면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왜 인생이 이렇게 힘들지라는 생각이 든단 말이에요. 그럴 때는 과투입을 줄이는 것까지는 성향상 못 하더라도 과투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렇기 때문에 혹여나 일이 내 생각보다 잘못되더라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여유를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 좀 잘못되더라도 다 잘 살더라고요.
회계에서는 자발적 공시 이론이 있는데 회사가 의무가 없을 때는 아무 말도 안 해도 된다는 이론이에요. 그러면 상식적으로 좋은 건 얘기하고 나쁜 건 얘기를 안 하거든요. 학생들도 주위의 말을 듣고 자신의 상대적인 위치를 판단할 때 이 이론을 떠올리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12. “나는 경영대의 OOO이다.” 문장의 빈칸을 채워주세요!
A12. 제 스스로 뭐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이 생각하기에 제가 뭐로 보이는지 댓글로 써주신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학생들이 바라보는 제 모습을 알게 된다면, 제 강의 방식과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도 더욱 풍부해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