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시바 여름방학 특별편 우누볼드 님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한빛반 21학번 우누볼드입니다. 몽골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와서 학업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Q2.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2. 처음부터 서울대 경영학과를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원래 몽골에 있는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습니다. 학점도 열심히 따고, 생물학 올림피아드 1등을 하는 등 정말 열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돌아보니 의학 계열과의 전공 적합성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치료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게 느껴졌고, 경제적 보수가 크지 않은 만큼 상당한 희생정신과 이타심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민의 이유였습니다.
그러다 스타트업 분야에 흥미를 느끼게 되어, 새로운 도전을 위해 경영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몽골의 경우, 의대는 국내에서 공부해도 되지만 사회과학, 경영 분야는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해 글로벌 수준의 교육을 받고자 러시아나 독일 등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 일본에서 학교에 다닌 경험이 있어 유학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았습니다. 여러 선택지 중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언어와 문화가 비교적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버지가 한국인이셔서 한국어에 대한 친근감이 있었던 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Q3. 지금 배우고 있는 경영학과 본인의 배경을 살려 앞으로 어떤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으신가요?
A3. 한국에서 배운 것들을 몽골 시장에 적용해서 저만의 사업을 펼쳐보고 싶습니다. 두 문화권을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점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최신 기술을 개발하거나 우아한 사업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요식업이나 간편식 유통 등 생활과 밀접한 영역에서부터 농업이나 축산업 같은 분야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경영대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식품, 유통, 농업 쪽 종사자분들과도 교류할 기회가 많아서, 제 방향성을 잡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4. 낯선 환경에서 경영학과로 오셨을텐데, 그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이나 어려웠던 점이 있으셨나요? 그리고 새로운 경영대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A4. 가장 큰 어려움은 학점 관리였습니다. 나라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양의 공부를 하더라도 체감 난이도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가족 중 한국인이 있기는 하지만, 가족 간의 대화만으로는 새로운 문화를 배우기 쉽지 않았습니다. 다른 혼혈분들도 동감하실 것 같습니다. 특히 보고서를 작성할 때 교수님이 원하시는 맥락이나 뉘앙스를 캐치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점에만 몰두하기보다, 제 강점을 찾아 다른 길을 모색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저는 몽골로 돌아갈 계획이 있기 때문에, 귀국 후 무엇을 할지 탐색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재미를 위해서 시작한 것이긴 하지만, 제조업 연구회 AMIS도 그 노력의 일환으로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Q5. 서울대 제조업연구회 AMIS에서의 활동에서 어떤 점을 배우셨는지 궁금합니다.
A5. AMIS에서는 주로 제조업 분야를 함께 공부하고 발표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학교에 와서 참여한 활동 중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제조업과 기계 분야에 관심이 있었는데, 자본이 많이 필요한 산업 분야임에도 여러 활동을 통해 관련 주제를 탐구해보고 공장도 견학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산업 마스터 세션에서 중장비 기업들을 심도 있게 조사한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경영학에서 배운 지식이 실제 사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경쟁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중장비 제조업은 자유도가 높은 만큼, 그 안에서도 모터, 부품, 배터리, 센서 등 무엇을 제조하느냐에 따라 분야가 매우 넓고 다양하다는 점이 인상 깊었고, 잠재력이 큰 분야라고 느꼈습니다
학회를 하면서 공부하고 발표하는 과정이 전혀 귀찮지 않고 오히려 흥미로웠습니다. 정해진 형식 없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습니다. 이 경험 덕분에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제조업 분야를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다는 열정도 생겼습니다. 과감하게 마음이 가는 대로 탐구할 수 있는 자유도가 높았다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학회 활동을 통해 팀원들과 많이 가까워진 것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Q6. 외국인 학생들이 과 생활이나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 한국 학생들이 해줄 수 있는 배려나 도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6. 저도 1학년 때 과 생활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특히 코로나가 겹쳤기 때문에 같은 반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어느 정도 있다고 봅니다. 술자리 등에서 친해지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술자리가 있는지 없는지도 그 존재조차 잘 모를 수 있으니,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신다면 대부분 기뻐할 것 같습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외국에서 유학할 정도로 큰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외향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웃음) 처음에는 유머 코드나 문화적 배경이 달라서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결국 동화되고 어울려야 서로의 문화를 알고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에 가끔 불러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외국인 학생의 입장에서 조언하자면, 취미 활동이나 동아리에서 친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 역시 많은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특히 다도 동아리인 ‘설다연’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차 문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국 차가 지닌 깊이와 매력을 높이 평가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동아리는 다도 문화를 즐기면서 가볍게 대화하기 좋은 동아리입니다.
Q7. 본인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후배(또는 동기)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7. 대부분의 한국 대학생들은 목표가 비슷한 사람끼리 진로 준비 과정을 함께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서 온 경우는 진로를 준비하는 패턴이 한국인 학생들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에게 쉽게 진로 상담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업을 따라가거나 학점 관리를 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주변에 열심히 사는 사람도 많고, 학점이 출중한 학우들도 많기에 쉽지 않은 싸움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아직 학부생이기에 말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외국에서 오신 학생분들은 모두 큰 결심을 하고 이곳에 오신 것일 텐데, 그 결심만큼 큰 세상을 바라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남아있겠다는 생각에 갇혀 있지 말고, 모국이나 제3국에서도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아직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나이이실 테니, 수업 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며 열린 마인드로, 창의적으로 대학생활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Q8. 본인이 꿈꾸는 경영대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또는 경영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8. 지금도 경영대가 충분히 좋다고 생각해서 만족하며 다니고 있지만, 하나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은 경영대 몇몇 수업의 내용이 중복된다는 점입니다. 경영대 수업들은 이름은 달라도 내용이 겹치는 수업들이 꽤 있습니다. 커리큘럼을 구성할 때 1, 2학년 때 충분히 들었을 것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보다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새로운 내용을 배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일하게 그 점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Q9. “나는 경영대의 ○○○이다.” 문장의 빈칸을 채워 주신다면?
A9. 나는 경영대의 “(지나가는) 나그네”이다.
저는 지금 한국에 와서 서울대 경영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지는 몽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저에게 일종의 경유지이자, 목표로 가기 위한 관문입니다. 경영대에서 배운 경험과 지식을 쌓아 몽골에서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나아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