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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CBA 1 : 김민서님

‘나는 경영대의 학생1이다.’ 김민서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길벗반 21학번 종신과대이자, 2023학년도 37대 경영대 학생회 항해의 부학생회장을 맡았던 김민서입니다. 지금은 ‘이너뷰(INNERVIEW)’라고 하는 셀프 인터뷰 스튜디오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업인지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모두의 휴시바를 프라이빗하게 찍어갈 수 있는 스튜디오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경영대에 입학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제일 좋아하고, 제일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이었습니다. 원래 경영학과에 오기 싫었는데, 당시로는 돈을 공부하는 경영대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제 이상한 사명감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창시절 동안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공동체의 부족한 점을 메우고 기여하는 일이 즐거웠고, 그것과 가장 가까운 학문을 생각해보니 경영학이더라고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서울대 방문 중 길을 잃었는데, 우연히 만난 경영대 선배님께서 2시간 동안 캠퍼스 투어를 해주시면서 고민을 상담해 주셨어요. 그 일을 계기로 경영학과로 방향을 틀게 되었고, 또다른 경영대 선배님께서 친절하게 입시 조언을 주신 것이 큰 감동으로 남아 최종적으로 경영대 지원을 결정했어요. 결국 제 적성을 찾아 경영학과에 왔고, 선택에 무척 만족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관이 궁금합니다.

A. 대학 입학 이후로 ‘채우기 위해서는 비워야 한다’라는 가치관이 생겼어요. 대학교 2학년 때 너무 많은 일을 감당하다가 결국 번아웃이 왔던 적이 있어요. 학사경고까지 받았었는데, 그때 이후로 그릇에 물을 맞게 채워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내 수용치가 100이면 80만큼만 채워 놓아야 이 80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대학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고, 어떻게 극복했나요?

A. 2학년 초 너무 많은 일을 벌이는 바람에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주변에 피해를 주었다는 사실이 힘들었어요. 돌이키기엔 늦은 것 같고, 서울대에서 낙오자가 된 것 같기도 했어요. 동시에, 낯선 서울에서 가족 없이 지내는 게 예상보다 힘들기도 했었죠. 그러다가 다소 황당하게도 코로나 이후 처음 간 학교 축제에서 사람들이 거의 미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서, 아직 충분히 젊고 늦지 않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상경하고서 힘들었던 속마음도 가족에게 털어놓고, 창업 쪽으로 커리어 방향을 잡아가며 점차 회복했습니다. 한껏 몇 달간 힘들어했던 게 되려 극복으로 이끌어준 것 같아요.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친구가 창업 교육을 듣고 있다는 걸 보고 막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친구가 같이 사업을 해보자고 제의했습니다. 사실 저는 창업이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온 사람이었는데, 당시 어느 정도는 번아웃에서 벗어나보고자 시작하게 된 것 같기도 해요. 그러다가 그 일을 기점으로 창업 분야에 흥미가 생겨서 Founders, SNAAC 같은 창업 관련 학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창업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열정이 과연 내게 있는 걸까 회의감도 있었지만 ‘상념 끝에 결론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알고 싶다면 일단 그 바다에 뛰어들어봐야 하겠더라고요. 학부생 시기에도 기회비용을 두려워하면 나중에는 아무것도 못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서울대학교 학생 벤처 네트워크 SNUSV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본격적인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금의 이너뷰는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했나요?

A. 직접 창업을 시도해보니까, 개개인의 능력보다 함께할 수 있는 팀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저는 따뜻한 똑똑함을 가진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고, SNUSV에서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팀을 꾸렸어요. 세상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포부를 가지고 팀끼리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했습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면서 여러 개선과 꼼꼼한 검증을 거친 끝에 탄생한 것이 현재의 이너뷰입니다. 

경영대 부학생회장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되었나요?

A. 길벗반과 집행부가, 그냥 제가 속해있는 이 경영대가 정말 좋았어요. 그렇게 1학년 말부터 친구와 회장단 출마 이야기를 하게 되었죠. 그렇지만 슬럼프가 오면서 회장단에 1년이라는 기회비용을 써도 괜찮을까 불안감이 왔고, 결국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번아웃이 해결되면서 2학년이면 자고로 해야 할 것, 3학년이면 자고로 해야 할 것에 대해서 강박을 버렸어요. 해야 할 것 같은 것 말고, 기꺼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했죠. 제 속에 있던 불안감을 해소하고 나서, 학생회장 친구에게 아직 자리가 비어 있냐고 물었고 함께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애정이 열정을, 열정이 책임을 만드는 일을 하며 살자’라는 모토가 생겼었어요.

회장단 활동을 하면서 어떤 것을 얻어 가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 인생에 있어 가장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회장단입니다. 학생회 활동에서 가장 값진 경험은, 함께한 사람들이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쏟아주었다는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학생에게 제일 귀한 것이 시간인데, 1년 동안 40여명의 집행부원들이 그 시간과 마음을 경영대를 위해 쏟아주는 것이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함께한 회장단과 집행부원들 모두가 뛰어난 사람들이었고, 돌이켜보면 1년간 스타트업을 운영한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많은 도전과 경험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고민도 많았지만, 너무 재밌었고 학생회이기 때문에 해볼 수 있었던 것이 많았습니다. 

경영극회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고,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A. 2학년 때 처음 본 경영극회의 창작극에 감동을 받아서 저도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고만 생각하다가 4학년이 되어서야 불안감을 버리고 용기를 내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진지하면 비웃음을 당할 수도 있는데, 경영극회에서는 연기에 얼마나 진심을 쏟아부어도 아무도 웃지 않아요. 약간 이너뷰랑 비슷하죠. 저희는 대화해도 되는 곳이라고 하면 대화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다고 하면 여긴 진지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거고. 우스울 것들이 안 우스운 곳이어서 너무 재미있고, 연기하는 것 자체도 좋았습니다. 약간 늦었어도 고학분들도 들어가 볼 만한 동아리가 아닌가, 싶어요.

현재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목표보다 꿈에 가까운 것 같은데, 저는 사람들이 더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에 대한 톨스토이의 대답처럼 결국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살아가고, 그렇기에 차가워진 세상을 생각하면 종종 슬픕니다. 사람들은 원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표현할 기회가 없을 뿐이라고 믿습니다. 결국 사랑은 대화에서 시작되는데, 일상에서는 깊은 대화를 나누기 어려우니까 자연스럽게 진심을 꺼낼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법인 ‘세터스(Setters)’를 만들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신 분들을 보면 표정에서 사랑의 감정이 느껴져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기 위해 인터뷰를 하러 온다고 느꼈고, 그들의 표정이 곧 제가 꿈꾸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요즘 어떠한 고민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어떤 대표가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리더 역할을 해왔지만 한 법인의 대표는 또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사업을 더 잘해야 되는가에 대한 고민도 들고, 학부생 창업가로서 처신해야 하는 방식도 고민 중입니다. 자신감 있게 나서야 할 순간과 겸허하게 배워가는 순간을 어떻게 분별할지 찾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경영대의 OOO이다.

A. 150명의 경영대생이 있으면 150개의 삶이 있는 것 같아요. 다 학생 1, 2, …, 149, 150인 거죠. 한동안 정형화된 선택지들에 저를 맞추려고 불안하고 조급하기도 했는데, 24년 여름에 문득 김민서에게는 김민서의 삶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제 더이상 불안함 때문에 무언가를 벌이는 일이 없어졌죠. 정해진 q1, q3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고유한 색채로 스펙트럼을 이룬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또 어떤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150명에게는 150개의 인생이 있다는 것을 새기고 살아가고 싶기에, ‘학생 1’이라고 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