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영대의 질문자이다.’ 김나현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백두반 20학번 김나현입니다. 작년 하반기에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 MBA 석박사 통합 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학부생 때는 경제학부 복수전공, 수리과학부 부전공을 했습니다.
경영대에 입학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고등학교를 문과로 진학한 이후부터는 상경 계열을 가고자 하는 것이 명확했어요.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 자체보다는 졸업 후에 무엇을 할지에 초점을 두었고, 생각했던 여러 가지 진로와 가장 연관이 깊은 과가 상경 계열이라고 생각해 경영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입학하고 나서의 대학 생활은 기대하셨던 대학 생활과 비슷했나요?
A. “경영학과나 대학 생활이 어떠할 것이다”라고 구체적으로 생각해온 게 많이 없었어서, 충격을 받는 등 특별한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또한 새내기 때는 코로나라는 큰 변수가 있었어서 기대와 다르더라도 코로나 탓으로 돌렸던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조금 늦게 대면 수업을 시작한 것이 아쉬웠던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2학년까지 수강한 모든 과목에서 대면 수업을 하지 않아서, 첫 대면 수업을 서울대가 아닌 교환학생으로서 외국에서 듣게 되었거든요. 그래도 입학 후 축제에서 기리보이, 뉴진스가 온 것을 보면 입학 시기도 나름 잘 맞추지 않았나 싶습니다.(웃음)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교수라는 직업을 목표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경영대 교수님들이 대부분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오셨길래, 미국 대학원으로 가야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했어요.
교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설정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던 것 같아요. 교수직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제 친구들 중에 특별히 관심 있는 사람도, 학회도 없는 진로다보니 스스로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았었거든요. 그러던 중 2학년 2학기에 김송희 교수님의 “생산서비스운영” 수업을 수강하며 대학원 PR을 듣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당시 다음 학기에 미국 교환학생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미국 교환학교에 있는 교수님 한 분을 소개해 주셔서 현지 학부생 연구 인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후 귀국해서도 연구 활동을 쭉 이어왔는데, 적성에도 맞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학원에 가야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학부생 때의 교환학생 경험이 대학원 유학 생활에도 도움이 되었나요?
A5. 네, 도움이 됐었던 것 같아요. 유학에서 어려웠던 점을 미국 생활 자체와 대학원생 생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교환학생 때 기숙사에 살았던 경험이 자취 생활이나 집, 건강보험 계약 등 미국 생활에 도움이 됐어요.
다만 후자는 도움이 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대학원이 그저 대학에 오래 남는 것일 뿐이고,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미묘하게 다른 점이 많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간략한 예를 들자면, 교수님 호칭과 관련하여 해프닝이 있었어요. 저는 교환학생 때 미국에서는 교수님을 다 이름(first name)으로 부르는 줄 알고 모든 이메일을 “Hi + 이름”으로 썼는데, 그때 친구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알려줬었거든요. 그런데 대학원에 와서 박사생이 되니 다시 교수님을 이름으로 부르더라고요. 사소한 것이지만 상징적인 차이 같아요.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A. 저도 흘러가는 대로 살다보니 이 자리에 오게 되었지만, 대학원 진학 자체가 수월한 길은 아니라서 힘들었던 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사소하게는, 한국처럼 원서 모집 요강이 명료하게 공지되지 않고, 원서 포탈이 열린 이후에 포탈을 직접 끝까지 넘겨봐야 자소서 질문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당황스러웠던 것 같아요.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학원 준비 과정이 외롭게 다가오기도 했던 것 같아요. 주변에 대학원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지 않았고, 학부생 인턴 경험도 해외에 계신 교수님과 1:1로 진행하다 보니 혼자 원격으로 일하는 시간들이 많았거든요.
미국 경영대학원의 주요 정성 평가 요소는 무엇인가요?
A. 경영대학원의 경우, 타 대학원과 다르게 교수님 개별 연구비로 학생을 지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개별 교수님과 학생의 연구 적합성은 상대적으로 덜 평가하는 것 같아요. 그 대신 입학 후 좋은 연구를 할 역량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고, 그래서 하고 싶은 연구 분야가 너무 좁고 확실해도 싫어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주요 평가 요소는 연구 계획보다 연구 경험인 것 같고, 분야가 다르더라도, 연구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외 학점, 추천서 등의 경우 학교마다, 프로그램마다 중요도가 달라서 제가 들은 조언들도 꽤 상이했던 것 같아요. 제 의견은 학부 때 연구 인턴을 빠르게 시작하거나 석사를 수료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연구하시는 것을 간략히 소개하고, 그 매력도 알려주실 수 있나요?
A. 저는 사실 1학년이라 이제 막 연구를 시작했기에, 조금 더 넓게 “생산관리”를 주제로 잡아 볼게요. 숫자를 다루는 것이 싫지 않다면 생산관리는 장점이 명확한 과목인 것 같아요. 저희가 하는 작업의 대부분은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것인데, 아무리 수요가 많더라도 그만큼의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면 기업의 수익 실현 관점에선 의미가 없다는 것이 생산관리의 관점이에요.
사실 이런 관점이 “생산서비스운영”에서 배우는 주제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지만, 경영대에서 배우는 다른 전공필수 과목들과도 연결고리가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인사관리 관점에서 “피드백 구조를 어떻게 설정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도 하고요, 경영전략 관점에서 ”어떤 기업과 상품들이 OEM/ODM 제조에 적합할까”에 대한 연구도 하거든요. 이런 넓은 스펙트럼이 생산관리 분야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경영대학을 다니면서 흥미로웠던 과목이나, 추천해주실 만한 과목이 있으신가요?
A. 저는 학부생 고학년이 되면서 투자에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이종섭 교수님의 “파생금융상품론”을 가장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또, 경영대 글로벌 봉사활동 GCS에서 소셜 벤처를 운영하면서 들었던 박기완 교수님의 “전략적브랜드관리”도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여담으로, 해당 수업에서 사용했던 교재가 지금 제가 있는 학교의 학과장님이 쓰신 교재였더라고요. 복부전한 전공 수업 중에서는 이서정 교수님의 “계량경제학”, 류경석 교수님의 “심층신경망의 수학적 기초”, 김선구 교수님의 “정보경제학”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저는 복부전 이수 때문에 경영대 수업을 많이 듣지 못해서 추천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보다, 그저 수강 당시 제 상황과 제일 잘 맞물렸던 과목들의 나열인 것 같아요. 그때마다 듣고 싶은 과목을 수강하다보면 돌이켜봤을 때 제 커리어와도 잘 맞는, 후회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경제학부 복수전공, 수리과학부 부전공을 하셨는데 몇 학기에 졸업하셨나요? 그리고 자연대는 학점을 잘 주지 않는다던데 수리과학부 부전공이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A. 9학기에 졸업했어요. 경제학과 경영학 사이에는 최대 12학점까지 복수 인정이 돼서 학점 이수 부담이 많이 적어지니 이를 잘 활용하길 추천드립니다.
수리과학부를 복수전공한 경영대 선배한테 들은 조언은 “한 학기에 12학점만 들으면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다”였습니다. 로드를 스스로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한 것 같고, 해당 과목을 교환 가서 해외에서 수료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11. 인생을 살아가시는 가치관이나 소개하시고 싶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A. 제 인생의 가치관은 “실용주의”인 것 같아요. 인생에서 추구할 가치들이 여러 가지가 있고, 그 안에서 명확한 우선 순위를 가지는 분이 있는가 하면, 저는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 제 상황과 능력 내의 범위에서 제일 좋은 걸 그때그때 고르는 것이 제가 살아온 방식이에요.
최근에 파리 시의 공식 모토인 “Fluctuat nec mergitur”라는 라틴어를 봤어요. ‘출렁이지만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뜻인데, 이 문장으로 제 삶을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모든 결정에는 리스크가 수반되는데, 각 선택지 별로 득실을 따지다 보면 아무 것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무엇을 고르든, 그 선택에 따르는 리스크는 담담히 받아들이고, 내 선택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비슷한 내용으로 기억에 남는 조언이 하나 있는데요. “결국 이상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은 최적화 문제를 푸는 것인데, 인생 자체를 하나의 정적인 시스템으로 두고 하나의 최적화 문제를 푸는 게 베스트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맥락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삶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것이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하루를 작은 단위로 쪼개서 현재 시점에서 최선의 일을 찾는 것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방금과는 반대되는 말이지만, 추상적인 목표는 저만의 우선 순위를 잘 정립하는 거예요. 대학원생으로서 꽤 많은 자유가 주어지거든요.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고, 성과에 대한 압박도 꽤 장기적인 것이라 단기적인 통제는 크지 않아요. 많은 자유가 주어졌을 때 가치관 정립의 필요성이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세속적인 목표는 좋은 연구 실적을 내고, 출판하는 거죠.(웃음)
경영대 재학생들에게 전할 조언이 있으신가요?
A. 제가 마지막으로 첨언하고 싶은 말은, 도움을 청하는 데 주저하지 말라는 거예요. 저는 사실 무턱대고 여러 선배님들에게 진로 상담 등을 요청했었는데, 그 대화들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됐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만약 대학원에 가고 싶으시다면, 그리고 관심 있는 세부 전공이 있다면 그 분야의 교수님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학부 때 배우는 내용과 연구 내용 간 간극을 비롯해서 구체적 정보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경영대의 OOO이다.
A. 나는 경영대의 “질문자”이다.
제가 질문을 잘하는 것 같다는 친구의 칭찬이 있었어요. 그리고 제 진로 선택과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연구는 결국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하는 자문자답의 반복이거든요. 제가 한 말은 아니지만, 좋은 연구 질문은 주로 세 가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 흥미롭고, 임팩트 있고, 중요한 질문이 좋은 질문이라고 하는데, 새로움, 시의성과 일반화 가능성을 챙기기가 은근 어려운 것 같아요. 질문 많은 성격에 맞춰 이 길에 왔으니, 이제 ‘좋은’ 질문을 찾아볼 때가 된 게 아닌가 싶네요.